집으로 가는 고맙고 미안한 시간, 봉하의 당신들에게
설을 한주 앞둔 2월 14일 토요일.
봉하님들 몇분은 팽목항으로...남은 몇은 봉하에 남아
설을 앞두고 논코뜰새 없는 방앗간 일을 거들고
봉화산 잡목들도 열심히 정리했습니다.
봉하는 차분하게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엔 오랜만에 화포천에 나갔습니다.
늦겨울 차디찬 아침 고요 속에서
봄나물과 새순이 어영차 돋아나고 있습니다.
큰고니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독수리 등
겨울철새들이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곁에는 왜가리 백로 멧비둘기 까치들이
텃세없이 다정하게 어울립니다.
고라니 뉴트리아 너구리는 말랑한 똥이나
채 마르지 않은 발자국으로
먼저 일어났단 티를 냅니다.
아침바람 찬바람에 시려오는 여기저기~
그래도 화포천의 조화로움이 화목난로처럼 따스합니다.
오후엔 방앗간 마당 드럼통에 불지펴
몇개 남지 않은 댐배 꼬시르며 실없는 이바구 몇소절,
농인듯 진담인듯 해야 할 일들의 난상토론을
몇소절 주고 받았습니다.
어느 산악회 사람들이 건네준 어묵과 떡볶기로 이른 저녁한끼도 배불리 채웠습니다.
그리고
6시간 여정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학창시절...달거리하듯 찾아들곤
다시 휑하니 집을 나설 때마다
어김없이 따라나서준 엄마의 김치반찬 같은
봉하쌀 한상자 오른손에 움켜들고
집사람이 일러둔 달큰담백 소박하게 짭자름한
봉하 국간장 왼손에 들고
진영 밀양 지나 다시 동대구 환승열차에 올랐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픈 다리도 이제 다 나은 듯합니다.
매주 일요일밤
집으로 돌아가는 이시간은 매번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래서 지리한 말도 많아집니다.
하지 않은 일들, 부족함,나태함, 미련함 때문인듯 하고,
성급한 욕심들 때문인듯도 합니다.
곧 설입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미안하지 않고
마음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시간들이면 좋으련만
명절은 뭔가가 구멍나거나
텅비어버리기 쉬운 때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상처와 절망으로 절룩이지 않고
고맙고 아쉬운 악수로 헤어진 것처럼
다시 두 손 꼭 잡고 안부 건네며 재회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모두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