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곤히 자는 유찬이 대신
녀석의 실내화와 함께 목욕하는 날.
우유 빛깔 빨랫비누 고루 발라
힘 줄 필요도 없이
그저 살살 쓰다듬어 솔질하고
시냇물에 발 담듯 세숫대야에 첨벙첨벙하면
땟국물 벗고 새하얘진 유찬이 웃음이 보인다.
요즘 실내화는 햇볕에 말릴 필요가 없지만
한웅큼이라도 더 뽀송해지라고
굳이 빨랫줄에 널어 놓고 출근하는데
유찬이 실내화 바람 타고 설렁설렁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도 텅 비어 설렁설렁
공포영화 자체이던 지하철도 설렁설렁
세상이 온통 설렁설렁 너그러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