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 탄생 100일이 막 지날무렵. 윤서가 좋아할만한 DVD가 뭐가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마침 귀여운 외모의 보라색 공룡 '바니'를 발견했다.
dvd 4장에 노래를 모은 음악 CD, 거기에 바니 인형까지 1만원!
뽀로로나 텔레토비만큼 친숙하진 않았지만 싼맛(?)에 구입했는데
윤서나 현숙씨나 바니를 아주 좋아했다.(나도..)
그후 2년 내내 바니와 그 일당들은 윤서의 베스트프렌드로 온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물론 최근들어 뽀로로가 그 영역을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지만)
잘 때, 잠에서 깰 때, 밥먹을 때, 응가를 볼 때, 책을 볼 때도 바니를 튼다.
위에 노래는 바니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노래인데
윤서가 2층에 사시는 아버지 어머니와 굿나잇 인사로 자주 불렀다.
요즘은 누군가와 헤어질 꼭 빼먹지 않는 송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윤서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주고 윤서는 가만히 안겨만 있었는데,
요즘은 윤서가 노래도 하고 어른들 등도 토닥인다.
사자 보러 갈거야~~
며칠 전, 윤서 동생이 태어났다.
아홉달 내내 불어가는 엄마의 배를 보면서 마냥 신기해 '아기?' '아기?'하면서
엄마와 자기배를 번갈아 매만지던 윤서.
나는 윤서가 엄마아빠 못지 않게 동생의 탄생을
정성으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정일을 며칠 앞둔 새벽 4시. 현숙씨가 나를 깨웠다.
"아기가 나올 것 같아요"곤히 자는 윤서는 2층 부모님께 맡기고 병원으로 달렸다.
5시간 산고 끝에 아침 8시47분. 자연분만으로 윤서 동생이 태어났다.
윤서와 우리 부부는 난생처음으로 이틀을 떨어져보냈다.
갓태어난 아기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 1초가 1만금의 기쁨이었지만
윤서 생각에 10만금의 걱정과 그리움도 함께였다.
이틀째 저녁, 집에 들러 부모님과 윤서를 데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오는 차속에서 윤서는 "엄마랑 아기 보러가?"를 연발하며 신이 나 보였다.
하지만.... 막상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윤서는 영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엄마와 엄마 곁에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본 순간,
윤서는 갑자기 몸을 휙 돌려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
"윤서야, 엄마랑 아기야. 보고 싶다고 그랬잖아"
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윤서는 여전히 출입구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나가자는 시늉만 했다.
윤서와 윤서 동생의 첫대면은 그랬다.
윤서가 동화책이나 TV에서 보던 아기는 바니나 그 친구들처럼
그저 윤서가 배워가는 수많은 명사와 대명사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런 사소한 존재가 느닷없이 엄마곁을 차지하고 누웠으니
생전 처음 맛보는 소외감에 윤서의 마음이 얼마나 서글펐을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윤서는 좀처럼 엄마와 아기 곁으로 가질 않았다.
윤서 첫돌무렵
윤서 동생이 태어난지 보름.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해 태명으로 부르기도 하고(태명은 '경사'다. 태어나면 경사났네, 경사났어 하려고 지었다. ^^;), 1순위였던 연두라고 부르기도 하고, 돌림자로 영서, 현서라 부르기도 하고 그런다.
그 사이 윤서는?
동생에 대한 윤서의 트라우마는 3일만에 유통기한을 다했다.홀쭉해진 엄마의 배와 아기의 이마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행여 엄마배가 아플까, 아기가 놀랄까 소근소근 속삭이는 세심함까지 발휘한다.
윤서는 요즘 자기 방식으로 엄마의 산후조리와 동생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고 실천하고 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엄마 품에서 못잔 날이 보름이 되어도
가끔 자다 깼을 때 말고는 별다른 투정을 부리지도 않는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서로 사랑해
헤어지기 전에 안아주세요
우리 다시 만나요
밤이되고, 2층 잠자리에 들 시간.. 전 같으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들려주던 노래를
윤서는 이제 엄마아빠, 그리고 동생에게 들려준다.
보름 사이에 윤서가 다 큰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윤서가 자기 이름('진실로 함께')에 맞게
누군가를 안아줄 줄 아는 마음 넓은 아이로 커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