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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그날 밤, 지리산에서

by 멀리있는 빛 2016. 2. 27.
편지

누워 있으려니
문득 산중 한 가운데
고적하게 등 구부리고 있을
그대 모습, 그 뒤로 내리는
눈발을 본 거였지요
부랴부랴 길을 나섰습니다
두계 지나서던가요
정말 눈이 내렸습니다
곧 이어 어둠이 창을 덮고
낮은 처마 아래
불빛들만 보이는 거였어요
모두 병아리마냥
다수운 가슴들 붙안고
한 시절을 나고 있었어요
평생 가슴에 불 한 번
지펴보지 못한 것들만
글썽이는 눈물처럼
차창에 흔들리고 있었어요
눈물 한방울 보일 수 없는 나
그리워할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내 축복받아야 한다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이렇듯 한 밤을 또 달릴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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