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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나무의 정체

by 멀리있는 빛 2016. 1. 5.





장작을 태워보고 알았다

나이테는

한 겹 한 겹 쌓인 세월이 아니라

켜켜이 잠재운 불이었음을,

온몸의 잎들을 집열판처럼 펴서

해해연년 봄부터 가을까지

그가 열렬히 흠모한 태양이었음을,

마침내 땅에 묶인 저주를 풀고

하늘 향해 회오리치는

자유의 혼이었음을

장작을 태워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 조동화 '나무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