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도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쩌다 어디 안가고 방콕하는 날은
밀린 잠을 잔다든지, 영화를 보든지, 책을 읽든지
‘감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시도하지만
그저 아이들을 피해 이 방 저 방으로 도망을 다니거나
반대로 아이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집안정리로 하루를 다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아빠와 몸을 뭉게며 놀고 싶어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된단 말이죠..^^:
그래도 맏이라고 철이 제법 든 윤서는
아빠가 피곤할까봐 조심조심 신경을 쓰는 게 보여서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도 그런 휴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윤서가
분홍색 카드와 비닐에 쌓인 수제비누 하나를 건네는 게 아닙니까.
삐뚤빼뚤하지만 빼곡하게 꼭꼭 힘을 주어 쓴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빠에게
안녕하세요? 아빠? 저 윤서에요.
제가 아빠가 힘드시다는 걸 알고, 제가 이거를 드릴게요.
이것이 무엇이게요? 맞아요. 비누에요.
제가 드릴 게 이거밖에 없어서...
이 비누는요, 제가 만든 특별한 비누에요.
제가 알맹이 비누에 사랑마법을 걸었어요.
그래서 이것을 보시면 제가 생각나실 거예요.
아빠 손 씻으실 때는 이걸로 씻으세요!”
아까워서 비누는 딱 한번 썼지만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봅니다.
진짜 마법처럼 윤서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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