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이명박 박근혜 이름 부르고
창신동 달동네 지인의 집에 들렀더니
오후 내내 우리를 기다리며
뜨겁게 가마솥을 헤엄치던 닭들이
백숙에서, 닭죽이었다가, 닭즙이 되어 있었습니다
뼛속까지 뜨거웠던 우리들의 저녁상
소주 몇잔이 반찬이 되고
담배 몇 개피가 숭늉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울이 통째로 내려다 보이는 지인의 집
담도 없이 널디너른 마당에 서서
마치 보름달이라도 되려는 양
캄캄한 도시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다시 청계천 부근을 지나가는데
전태일의 젊은 시절로 우회하자며
지인이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평화시장을 평화롭게 거닐고
점잖게 배웅하던 전태일과 악수하며 돌아서는데
거기서 마침내 만났습니다
종일토록
뜨겁게 내 가슴 속을 헤엄치던 그 마음이
거기
박석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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