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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에이... 깎아주세요

by 멀리있는 빛 2008. 8. 2.

2007년 9월 28일

엊그제 태어난 거 같은데

10월4일, 다음 주면 현서가 100일을 맞는다.

현서가 무럭무럭 크는 동안

윤서는 무럭무럭무럭무럭 큰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말과 행동이 발전하는 윤서.

요즘은 자기 키높이에 꽂혀 있는 아빠 책들에 관심이 많다.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명탐정 코난 만화책을 특히 좋아하는데

밥상과 책꽂이들로 내방에 작은 노점을 만들어

좌판위에 명탐정 코난을 쭉 올려놓고 장사를 한다.

"아빠 일루와봐. 여기 앉어" 하면서 내게 손님 역할을 얼마나 강요하는지 모른다.


나 : (코난 만화책들을 가리키며)이거 얼마에요?

윤서 : 판배권이에요.(800원이에요)

나 : 이건요?

윤서 : 응 판배권이에요.

 

책값은 전부 800원이다.

아마 지 엄마랑 슈퍼갈 때 집어오는 과자나 사탕이 800원인가보다.

며칠전, 그날 밤에도 윤서가 내 방에서 명탐정 코난을 팔았다.

 

나 : 이거 얼마에요?

윤서 : 판배권이에요.

나 : 아유, 너무 비싸요. 좀 깎아주세요.

 

내 말을 들은 윤서가 "네~" 하는 싱싱한 대답과 함께 거실로 나갔다.

한참 뭔가를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소꿉장난 가방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조그만 부엌칼을 들고 들어왔다.

윤서는 장난감 부엌칼로 명탐정 코난 26권을 열심히 칼질하기 시작했다.

 

나 : 뭐해요?

윤서 : 네 깎아주께요~.

 

하두 정성스럽게 깎길래 윤서엄마를 불러서 같이 앉아 구경했다.

 

윤서 : (만화책을 내밀며)여기요~

나, 윤서엄마 : (푸하하하, 까르르르르)

윤서 : 고맙슨네다. 안냉히가세여~~~~~~

 

그날부터 나는 윤서에게 만화책을 살 때마다 항상

 "너무 비싼데요. 좀 깎아주세요.." 한다.

윤서는 요즘 칼질하느라, 깎아주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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