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스의 노래
- 양미자 또는 이창동 -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영화 <시>의 엔딩에 나오는 시입니다.
작가를 "양미자 또는 이창동"이라고 쓴 이유는
이 시가 영화속에서 주인공인 양미자가 쓴 시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이창동 감독의 솜씨이기 때문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때는 주인공 양미자의 애절함으로 가슴이 시리고 뜨거웠는데
따로 시만 떼어 읽어보니
이 시는 다름아닌 노짱님을 향한 이창동 감독의 연시였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보수꼴통의 또 하나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영진위(위원장 : 뉴라이트 조희문, 유인촌 임명)가
마스터영화지원사업을 하면서 후원할 영화의 시나리오 공모전 같은 걸 했는데
이창동 감독의 <시> 시나리오에 "빵점"을 줬습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표 영화감독이자
참여정부에서 문화부장관으로서도 뛰어난 지휘력을 발휘한 분의 신작 시나리오에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다"며
시나리오 형식에 맞지 않는다고
"빵점"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프랑스 칸느 영화제에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2010년 칸느 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이창동 감독의 <시>!"
세계에서 가장 명망높은 영화제인 칸느영화제에서
올해 발표된 전세계 수많은 걸작 영화 가운데 최고의 예술성을 가진 시나리오로
꼽은 작품
바로 이창동 감독의 <시>입니다.
'遊 - 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이 오리지널 "둘리" 주제가 라이브! (0) | 2011.12.03 |
---|---|
100분토론 성대모사 vs 유명 55인 성대모사 (0) | 2011.10.20 |
절망 끝에서 목놓아 부르는 희망 <오발탄> (0) | 2010.01.14 |
그리운 사랑방 손님, 김진규 (0) | 2010.01.14 |
가을비 우산 속에 (0) | 201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