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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검찰개혁 콘서트에 다녀와서] “위대한 검찰로부터 위태한 대한민국을 구하라”

by 멀리있는 빛 2011. 12. 9.

 ‘검찰개혁’의 한목소리 담은 토크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처음에는 분노가 치솟다가 나중에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고,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생각되더군요. 가슴이 저미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나를 기소한 검찰들이 불쌍해지더군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드시 이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찰개혁의 기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7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 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무대 위에 선 한명숙 전 총리의 회한과 결의에 찬 말입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가 최근 1년 6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외마디 절규와도 같았던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란 말을 만인과 법 앞에서 당당하게 증명해냈습니다.



‘The 위대한 검찰’은 문재인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가 공동 집필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발간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검찰권력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와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꾸려진 공연입니다.

한 전 총리,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1부 무대에 오른 김상곤 경기 교육감, 정연주 전 KBS사장,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는 모두 ‘정치검찰’의 표적·보복수사로 억울한 희생양이 될 뻔했다가 늦게나마 진실을 되돌려 받은 주인공들입니다.



검찰의 잇따른 표적수사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KO승을 거둬낸 한 전 총리는 “최근에 나를 ‘무죄녀’ ‘전문 피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과 함께 가슴 졸여왔던 지지자들을 향해 환한 웃음의 안부로 공연 시작을 이끌었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네티즌들 사이에 크게 유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시리즈 패러디로 현 정부와 언론의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초반부터 그 열기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김종익 씨가 불법사찰 피해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눈물과 고통이 마르지 않았음을 피력했던 것처럼 출연진과 관객 모두는 검찰 문제가 정치적 영역을 넘어 이미 개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에 크게 공감하며 검찰개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행동이 이어져야 함에 뜻을 모았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은 “다음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은 검찰과 언론”이라고 강조했고, 특별게스트로 출연한 노종면 YTN 전 노조위원장은 “언론인은 칼이 아니라 펜으로써 사람을 죽인다”는 어느 검찰 인사의 말을 인용하며 “나쁜 검찰을 몰아내기 위해 펜을 갈고 또 갈겠다”며 검찰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한 2부 순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 유례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또한 권력을 키우려고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야합한다. 수사나 소환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등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런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권위주의를 해체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있었던 ‘평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에게서 정의감, 기개 같은 걸 기대했었다. 검찰개혁방안을 놓고 진솔하게 대화하며 건의사항도 받고, 검사들에게 주문하기도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임으로써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려고 했는데, 검찰의 수준이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회 교수는 “검찰 문제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계속 쌓여온 문제다. 정치권력과 함께 통치의 주체로 나서며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며 검찰의 노골적인 기득권 지키기, 정치적 편향을 비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재판 관여, 형의 집행, 나아가 법무행정까지 검찰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편중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한사람은 물론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강력한 권한이다. 검찰이 이 모두를 다 잘할 수 없다. 이는 각각의 전문 집단이 나누면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위대한 검찰’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밤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야 끝이 났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무겁고 진중한 주제였음에도 마지막까지 무대와 객석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특히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시간(전혀 연출되지 않았고 절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이뤄진), 최근 변호사로 개업한 19년 경력의 전직 평검사와 강력반장 출신 32년 경력의 전직 경찰, 그리고 법을 공부중인 학생의 ‘3色토크’는 이번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검찰개혁 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서울공연 전체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