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 타짜

타짜

The War Of Flower

▶감독 : 최동훈

▶출연 :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스페셜 피처 : 만화 vs 영화, 메이킹 필름, 인터뷰 모음,
                       촬영과 미술, 삭제/교체 장면

언    어	국어	자    막	한글/영어
사 운 드	DD 5.1	화면비율	2.35:1 아나몰픽
디 스 크	2장, 더블 레이어	관람등급	18세
시간	140분	출   시	CJ엔터테인먼트

갱단에게 잡혀있는 친구를 위해 목숨 건 도박을 벌이는 유덕화․알란 탐 주연의 <지존무상>, 레인코트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난사하던 주윤발이 쌍권총 대신 입 한가득 초콜릿을 물고 통쾌한 ‘에이스 원 페어’를 외쳤던 <도신>. 1990년 전후 서울 극장가는 도박을 소재로 한 홍콩영화들의 천지였다. 중고등학생들조차 “화투는 노름이지만 포커는 게임”이라는 말로 가방에 트럼프를 가지고 다녔을 정도로 도박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때다. 유행 끝 무렵에 나와 별다른 재미는 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도 화투판을 그린 본격 도박 영화가 한 편 나왔다. 바로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48+1>이다.

그러고 보니 허영만이 노름판에 붓을 담근 것이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사이 그의 도박만화는 국민도서로 독자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작년에는 <타짜>라는 동명의 영화까지 나와 비록 카메오지만 원작자의 권위를 자랑하며 열띤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허영만의 ‘타짜’, 최동훈의 <타짜>

영화 <타짜>는 태생적으로 허영만이라는 우성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최동훈 감독의 기른 정에 힘입어 원작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거듭났다. 허영만의 ‘타짜’는 고니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빗대어 말하지만 최동훈의 <타짜>는 인간의 욕망에 집중하며 고니를 갱스터 장르의 영웅으로 치환한다.

영화 아카데미 출신인 최동훈 감독은 임상수 감독과 함께 <눈물>로 배운 실전경험으로 시나리오 집필 2년 만에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범상치 않은 데뷔작을 내놨고 두 번째 영화 <타짜>로 단번에 충무로의 기대주가 되었다. 이제 겨우 두 편을 연출한 신인이지만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 방대한 원작의 분량을 몇 개의 에피소드로 농축해내는 놀라운 각색도 버릴 것과 담을 것을 정확하게 구분해내는 안목 덕분이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그가 보고 자라온 8,90년대를 무대로 한 것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타짜>를 <괴물>에 이은 2006년 최고의 한국영화로 만든 또 다른 사람들을 꼽으라면 카메라 안팎으로 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기에 우선 조승우와 김혜수, 김윤석이라는 세 명의 배우를 말해야겠다. 최동훈 감독이 “내겐 아랑 드롱이자 알 파치노 같은 배우”라고 칭찬한 조승우는 <춘향뎐>이나 <와니와 준하> <클래식> <H> <마라톤> 등 출연한 작품마다 장르를 달리하며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지만 <타짜>에서는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트로이카에 견줄 만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의 재주와 성격까지 흡수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그는 완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김혜수 역시 <얼굴 없는 미녀>에서 보여주었던 일생일대의 혁신을 <타짜>에서 다시 한 번 이뤄냈다. 오랜 연기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계산된 연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마치 전부터 ‘정마담’이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은 다섯 신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김윤석이다. 그는 도사 캐릭터에 도통한 백윤식마저 압도한다. 도박의 신에서 도살자로 미쳐가는 악귀는 그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악역의 최고 영예를 안았다. 세 명으로 압축하기는 했지만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 팀을 이뤘던 박무석 역의 김상호나 충무로의 스티브 부세미 유해진 등 조연들도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명연기를 보여주었다.  

웰메이드 영화, 웰메이드 DVD

최영환 촬영감독과 양홍삼 미술감독은 콤비를 이뤘던 전작 <혈의 누>의 색감과 <범죄의 재구성>의 스피드를 하나의 화면에 멋들어지게 담아낸다. DVD에서도 이야기보다 먼저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강렬한 원색의 화면이다. 화투짝 같은 총천연색의 소품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배치되었는지 인물보다 주변 소품에 눈이 먼저 갈 때도 많았다.

선예도는 평범하지만 화려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편광조명과 아웃포커스를 자주 써서 그런지 DSLR로 찍은 인물사진처럼 캐릭터들의 표정과 윤곽이 아주 섬세하다. 두 대의 카메라로 잡아낸 다양한 앵글과 빠른 편집은 2시간 20분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도와준다. 반면 이질감을 줄 정도는 아니어도 가끔씩 뭉툭한 느낌의 화면열화가 보이기도 했다.

사운드는 영상만큼의 임펙트를 주지는 않지만 대사가 깔끔하게 잘 들리고 주변 소음도 자연스럽게 잘 섞인 느낌이다. 소리의 감동은 장영규 음악 감독의 스코어가 선사한다. 정형화된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브라스밴드의 경쾌함을 닮은 음악이 돋보인다. 

마니아라면 DVD가 나올 때 가장 기대하는 음성해설에는 최동훈 감독과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김윤석이 참여했다. 배우들은 주로 촬영 에피소드와 재미있는 농담들을 주고받는 정도고 영화적인 해석은 주로 최동훈 감독이 맡는다. EBS 영화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한 경험 덕분인지 내용과 발음이 똑 부러지는 게 귀에 착착 감긴다.

스페셜 피처는 ‘이런 내용도 있었으면’ 싶은 게 거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다. 멀티앵글과 만화가 골고루 어우러진 메인화면에 만화 vs 영화, 만화의 재구성, 메이킹 필름, 타짜들, 불나방 등 아홉 개의 챕터마다 각양각색의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