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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지리산에서 편지 누워 있으려니 문득 산중 한 가운데 고적하게 등 구부리고 있을 그대 모습, 그 뒤로 내리는 눈발을 본 거였지요 부랴부랴 길을 나섰습니다 두계 지나서던가요 정말 눈이 내렸습니다 곧 이어 어둠이 창을 덮고 낮은 처마 아래 불빛들만 보이는 거였어요 모두 병아리마냥 다수운 가슴들 붙안고 한 시절을 나고 있었어요 평생 가슴에 불 한 번 지펴보지 못한 것들만 글썽이는 눈물처럼 차창에 흔들리고 있었어요 눈물 한방울 보일 수 없는 나 그리워할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내 축복받아야 한다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이렇듯 한 밤을 또 달릴 수 밖에요 2016. 2. 27.
춘풍추상, 희망과 화합의 불 병신년 정월대보름을 기념해 봉하마을에서도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봉하마을의 오랜 절기행사중 하나이던 달집태우기는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을 계기로 친환경 생태농업, 화포천 복원사업 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을 함께 만들어가고 모두의 화합과 소통을 비는 대동한마당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한 회 거르고 올해로 여덟번째입니다. 곧 휘엉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소망을 품고 계십니까? 저는 몇가지 소망 중에 신영복 선생이 쓰신 글씨 '춘풍추상'이란 말을 가슴 깊이 새겨보려 합니다. 채근담의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에서 나온 말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을 서릿발 같이 엄격하지만,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는 봄바람 같이.. 2016. 2. 23.
화포천에는 이런 새도 있습니다 봉하와 인근 마을을 살포시 껴안고 흐르는 화포천, 그곳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되는 귀한 친구로, 봉하 같은 친환경 생태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규칙적으로 봄·가을·겨울에 2~3개체가 도래하는 희귀철새입니다. 약 82cm ~ 86cm 키에 몸무게는 약 1.2kg ~ 1.7kg 정도 나갑니다. 이번엔 5~6마리가 함께하고 있네요. 노랑부리저어새는 이름처럼 노란색 주걱 모양의 부리로 물가를 휘휘 저어가며 먹이 사냥을 합니다. 개구리나 올챙이, 민물 새우, 게 등을 주로 먹는데요, 아래 3번째 사진은 외래종 물고기인 베스를 물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키기엔 베스의 크기가 만만치 않아 아마도 곧 왜가리의 .. 2016. 2. 23.
왔습니다, 왔어요! 봄이 오는 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 온다고어차피 찾아 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하얀 새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왔습니다, 왔어요! 봉하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봄소식 그냥 전하기 머쓱했나봅니다. 설 연휴 끝나자마자 며칠 겨울비를 뿌리더니 주말 봉하 장군차밭 너머로 어느새 매화가 피고, 지난가을 심은 앉은뱅이밀도 푸른 기지개를 켭니다. 수줍음 많은 곰보배추도 반갑게 인사합니다. 언젠가 싶었지만 또 언제였나는듯 봉하 곳곳에 지천으로 꽃과 생명이 피어날 겁니다. 2016.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