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큰애가 말합니다.
아빠, 수요일에 나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죠?
오늘 약속한 일요일인데
아빠가 혹시 까먹을까봐 제가 알려주는 거예요.
하마터면 아이에게 선물을 주기로 한 약속을 깨트릴 뻔했습니다.
동네 문방구 몇군데를 돌다가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고 마트에 들러
겨우 장난감이 옵션으로 달린 어린이 시리얼 두 상자를 사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나이답지 않게 자상하고 친절한 큰애 덕분에
약속을 지키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동네 어귀에 접어드는데
저만치 당신의 얼굴이 보입니다.
수십 수백개의 플랑카드와 간판들 틈에서도 당신이 제일 뚜렷하게 보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귀한 풍경입니다.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준 대신
저는 그보다 몇십곱절 큰 선물을 받습니다.
그렇게
서러운 5월이 갑니다.
당신의 5월이 갑니다.
우리들의 5월이 갑니다.
하지만 이젠
멀리서도 당신이 잘 보입니다.
멀리서도 당신이 잘 들립니다.
어디에 있든 당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5월과 안녕하기 전에
6월에게 먼저 약속합니다.
이제 더 뜨겁게 당신을 사랑할 거라고..
이글은
제가 혹시 까먹을까봐 저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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