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生 - 살기

동네 어귀에서 당신을 만납니다

by 멀리있는 빛 2010. 5. 31.

여섯살 큰애가 말합니다.

아빠, 수요일에 나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죠?

오늘 약속한 일요일인데

아빠가 혹시 까먹을까봐 제가 알려주는 거예요. 



하마터면 아이에게 선물을 주기로 한 약속을 깨트릴 뻔했습니다.

동네 문방구 몇군데를 돌다가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고 마트에 들러

겨우 장난감이 옵션으로 달린 어린이 시리얼 두 상자를 사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나이답지 않게 자상하고 친절한 큰애 덕분에 

약속을 지키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동네 어귀에 접어드는데 

저만치 당신의 얼굴이 보입니다. 

수십 수백개의 플랑카드와 간판들 틈에서도 당신이 제일 뚜렷하게 보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귀한 풍경입니다.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준 대신

저는 그보다 몇십곱절 큰 선물을 받습니다. 

 

그렇게

서러운 5월이 갑니다. 

당신의 5월이 갑니다. 

우리들의 5월이 갑니다. 

하지만 이젠

멀리서도 당신이 잘 보입니다. 

멀리서도 당신이 잘 들립니다. 

어디에 있든 당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5월과 안녕하기 전에

6월에게 먼저 약속합니다. 

이제 더 뜨겁게 당신을 사랑할 거라고..


이글은

제가 혹시 까먹을까봐 저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生 -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봉하 그곳에서 무슨일이 있었기에  (0) 2010.06.28
꽃 진다고 한숨 쉬지 마라  (0) 2010.06.21
  (0) 2010.05.25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우리 영서 사진  (0) 2010.05.25
곰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0)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