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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지난 주말 봉하마을에서...“왜 오리쌀이냐”

by 멀리있는 빛 2013. 6. 14.
































왜 오리쌀이냐

농민들은 30퍼센트 쌀값을 더 받습니다왜냐하면 오리 사와서 뭐 하고 뭐하고 일손이 훨씬 많이 들지요농약 쳐버리는 거보다 일손도 많이 들고또 올해는 농사가 잘 됐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병이 나도 농약을 못 치니까 까딱 잘못하면은 농사 망치는 수가 있습니다위험 부담이 있고 일손도 많이 들고 그러니까 안 할라 그래요 30퍼센트를 더 준다 해도 잘 안 할라고 합니다그래서 사정사정해가지고 그렇게 하기로 했죠.

 

올해 농사 잘 지었습니다장마가 길지도 않고 날씨도 덥고 건조해서 나락이 엄청 잘됐어요일반 벼일반 관행 농법으로 한 보통 벼가 한 7퍼센트 증산이 됐고 오리 농사는 6퍼센트 증산이 됐으니까뭐 통계상의 오차 포함하면 똑같이 돼 버렸습니다똑같이 돼 버렸으니까 완전히 재미 본 거지요근데 시세의 30퍼센트를 더 받는다이게 농민들의 뜻입니다.

 

농민들은 30퍼센트를 더 받고 싶어 하는데저 같은 경우는 꿈이 뭐냐땅이 좀 살아나면 좋겠다는 겁니다우리 눈에는 생태계가 전부산이 푸르니까 푸른가보다들이 푸르니까 푸른가 보다물이 흐르니까 흐르는가 보다 하지만 지난날하고 빅해 보면 우리나라 논이 굉장히 빈약합니다생태계의 다양성이 아주 빈약합니다예를 들면 옛날에 살던 눈에 보이는 많은 벌레들이나 물고기들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어버렸거나 씨가 말라버렸거나 등이 휘었거나 아주 독한 놈만 살아남았거나 그렇게 돼 있죠논두렁에 가도 옛날에 기어 다니던 많은 벌레들이 다 없어져버리고물벌레도 옛날에 있던 방개가재소금쟁이물거미 뭐 이루 이름을 다 외울 수 없는 많은 물벌레들이 요즘은 없거든요없습니다.

 

옛날에는 어쨌느냐 하면 여름에 물을 한 그릇 떠다가 마루에 놔두고 아침에 와 보면 그 물그릇 안에 온갖 물벌레들이 날아와 가지고 헤엄치고 놀았어요그만큼 많았죠이제 그게 다 죽어버렸는데 그게 죽고 땅에 있던 미생물이 죽고그러다 보니까 땅이 점차 식어 간다 또는 죽어 간다 이러는 겁니다단순히 농약이 검출되는 문제가 아니고 죽은 땅에서 나온 쌀이 문제다죽은 땅에서 나온 쌀이라서 생명력이 떨어진다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서 땅을 되살려서 생명력이 있는 땅에서 쌀을 생산해 보자요새는 농약 기술이 좋아가지고요농약을 쳐도 농약이 잔류하지 않습니다추수에 임박해서 아주 운 나쁘게 멸구가 오거나 병이 와 가지고 그때 약을 치면 잔류하는데 그것도 현미를 싹 갈아 내버리고 나면 농약이 거의 잔류되지 않습니다농약 없는 쌀이 좋은 쌀이다이거는 이미 이제 얼추 지난날 얘기가 됐습니다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또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으로는 좋은 쌀이다 이래 말하기 어렵다는 거죠.

 

살아 있는 땅에서 생산된 쌀이라야 그게 좋은 쌀입니다그것을 영양이 풍부하다또는 좀 살아 있는 땅에서 난 쌀이다 해서 유기농 쌀이라고 해요유기농 쌀그래서 올해 우리가 지은 건 저농약 수준으로밖에 안 넣어주지요그다음에 두 해 세 해 넘어가고 45년 지나서 땅이 살아나면 메뚜기가 푸르륵 날아서 도망가는 그런 상황을 맞게 되죠그래 될 때 이게 유기농 쌀로 대접을 받게 됩니다그렇기 때문에 농약을 안 치는 것 말고 이제 몇 가지 퇴비를 더 넣어야 되고 지력을 살리는 작업을 함께해 나가야 됩니다.

 

유기농 쌀이 되면 농민들한테는 30퍼센트만 더 주는 것이 아니고 50, 70, 80 뭐 100퍼센트 더 주더라도 먹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그래서 올해는 우리가 저농약무농약그 다음에 유기농 이렇게 가려고 하거든요?

 

엊그제 제가 슬로 시티라는 어떤 팸플릿을 하나 봤는데그건 뭐냐 하면 느리게 살자느리게 살고 가늘게 살자는 겁니다슬로 시티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인스턴트 푸드가 아니고 천천히 만든 음식을 먹자는 게 있습니다요새 음식을 그냥 벼락치기로 먹지 않습니까그죠천천히 먹는다는 게 뭡니까그건 주로 발효했다는 뜻입니다말하자면 살아 있는 땅에서 자연의 원리에 따라서 생산하고 자연의 원리로서 가공하고 그래서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려서 숙성딘 음식을 먹자이것도 핵심 내용에 들어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말하기를 유기농 수준으로 넘어서 초유기농으로 가자이렇게 얘기해요초유기농이라는 것은 유기 농법으로 지은 농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의 이치자연 운행의 이치에 따라 생산하고 가공되는 것을 얘기하죠.

 

참 좋습니다좋은데저는 진짜 복국집할매 복국집진짜 할매 복국집그 옆에 원조 진짜 할매 복국집뭐 이러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좀 안 좋습니다초유기농 그러지 말고 그냥 생태농이라고 하자저는 이 논이 그냥 농사짓는 데 적합한 땅으로 살아나는 수준이 아니라 이 논과 논을 둘러싸고 있는 도랑논두렁그다음에 여기 둑이 전체의 환경이 생태적으로 깨끗하고 풍부해지면 거기서 나온 모든 식물들은 생명의 기가 충만한 거 아니겠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 분석이 될란지 안 될란지 모르지만 사람은 오감으로 경험해서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기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죠그래서 생명을기가 넘치는 쌀을 지어서 아이들한테 먹이면 아토피도 안 오고그죠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그죠말썽도 많이 부리고 튼튼하고. (웃음)

 

그래서 그런 생태계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농민들의 목표는 더 받는 거고저의 목표는 이 생태계를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놓는 거다그다음엔 뭐할 거냐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 생태계에서 자연을 좀 더 다양하게 학습하면서 자랄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똑같은 자연이지만 자연이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하면 좋지 않겠느냐그리 생각합니다.

 

-  2008년 10월 26일 노무현 대통령 방문객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