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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 멀리있는 빛 영동선 마지막 열차에 해돋이 꿈을 싣는다 적막한 레일로드에 불빛이 켜지면 긴 밤 무등 내려놓고 고개 드는 풍경들 그리곤 하나둘 눈을 뜨는 별, 그 물결이 상모춤 돋우는 추임새 되리 유성의 흔적을 따르다보면 두고 온 사람들 어느새 모두 내 옆에 앉는다 저 덜컹 덜컹 기차 소리에 넌 새근 새근 잠들고 또 덜컹 덜컹 다시 새근 새근 밤하늘을 달린다 아침이 시작되는 거기 햇살의 큰 문이 열린다 2008. 10. 2.
그 사람이 늙는다 그 사람이 늙는다 - 멀리있는 빛 사랑이란 말에 때때로 서글퍼지는 일은 너덜너덜해진 옛 편지를 문득 꺼내 읽거나 이미 없어져버린 장소며 연락처를 여전히 외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사랑하노라가 유언이 되어도 좋다고 수많은 손가락 걸곤 했지만 어느날부터 우리는 가롯 유다처럼 거울 앞에서조차도 그대라는 이름을 부인하곤 했다. 돌아볼 때마다, 사랑은 서로의 뺨 부비고 입 맞추던 시절에서 멀어져 장롱 속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몸을 키우는 곰팡이처럼 허파와 심장과 시간에까지 파고들어 우리를 병들게 했다 사랑도 삶의 하나라 꽃이 피는 것처럼 지는 날이 있으련만 그 뒷모습에는 그리움이 피더니 그리움이 질 때는 바람도 더는 불지 않더라 세월 밖에서 이따금씩 어렴풋이 재회한 사람 가고 오고 가고 가고 내 마음 속에서 조금씩 .. 2008. 9. 11.
노래 - 꽃다지 '희망' 희망 (도종환/시, 이희진/가락, 꽃다지/노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서듯 이제는 그대를 떠나라 한다 겨울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를 이 세상 모든 길이 얼어붙어 있을 때 그 밑을 흘러 내게 오던 그대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그대를 눈물과 아픔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켜주던 그대를 희망을 . 희망의 노래 '꽃다지'의 정규엘범 3집에 들어있는 이라는 곡입니다. 발표된 지는 꽤 지났지만, 그들의 노래 대부분이 그렇듯 아는 사람은 듣고 모르는 사람은 일생 들을 일이 없는 노래입니다. 시절이 변하면서(?) 투쟁가니 민중가요니 하는 말조차 낯설어진 요즘 그들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이어가고 있습니.. 2008. 8. 7.
사표와 아버지와 나 8월 첫날...마음 속에 품었던 사표를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섣부른 일기예보처럼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오전 일과가 끝이 난다. 문득 "산다는 게 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살다보면 또 어떻게든 살게 돼" 무너져가는 처마 밑에서 홀로 저녁끼니 감자를 씻던 구룡마을의 어느 할머니 말이 떠오른다. 아버지...20대 중반에 들어간 첫 직장에서 꿈 심고 희망 다져 외길 걷기 삼십수년. 우리집 가훈은...60~70년대를 산 사람들이 마치 최면처럼 머릿속에 이고 다녔던 정직, 근면, 성실이었다. 삼십수년을 정직, 근면, 성실하게 자식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곁눈질할 틈도 없이 뻐꾸기 시계의 근위병처럼 이른아침 6시 출근, 밤 8시 퇴근으로 영화 의 찰리 채플린처럼 살았던 아버지. 출근시간이 이르고 잔업이나 회.. 2008.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