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아빠방을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을 만지작 만지막하던 윤서가
며칠전 함께 넘겼던 달력을 보더니 그날 대화했던 것이 생각났는지...또
"대통령 할아버지 목소리 듣고 싶은데...." 해서
"돌아가셔서 못만나잖아. 동영상이라도 볼래?" 했더니
끄덕끄덕 하기에 컴퓨터에 저장된 것 몇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아래 동영상에서 대통령님께서 하신 말 한마디가 새삼 참 깊이 와닿아 올려봅니다.
아마 동영상에 나오는 아이가 뭔가를 해달라고 조르기라도 했나봅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알았다" "꼭 해주겠다"하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놓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든지
해주면 안될 일인데도 자기 힘 과시하듯, 공치사하듯 들어주든지 했을 텐데
노대통령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약속할 때는 생각을 해봐야하거든..."
2003년 11월경에 국적회복을 외치며 농성중인 중국동포들을 찾으셨을 때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앞에선 방송국 카메라와 기자들의 플래시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으니
지킬 수 있든 없든, 그럴싸한 '뻥'을 쳐도 좋을(?)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왔으니까 이제 큰 빽이 생겼다는 생각이 드시겠지요?
이제 우리 문제가 잘풀렸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 공무원들이 좀더 신경을 쓰고 연구를 좀더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제 마음으로는 그것 금방 해결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동안 우리가 가져왔던 법과 질서가 있고, 더 중요한것은 국가와 국가간에 존중해주어야 할 주권이 있죠 .
그런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어서, 제가 금방 큰 도움을 드리지는 못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꼭 (동포여러분께) 인사를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러분들의 딱한 사정을 잘 이해하고 여러분의 가슴 아픈 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일일이 다 전해 드릴수는 없고 제가 그 마음이라도 전해드리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왔습니다.
(이하 생략. 전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바로 '약속'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그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약속'이란 단어로 묶여있다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무심코 할 때가 있죠.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하나도 허투로 듣지 않고 믿고, 기억하고, 기대합니다.
행여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번에 이러죠.
"아빠...지난번에 **하기로 하셨잖아요. 왜 안지키세요?"
그럴 때마다 위에 동영상에서 노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르면서
제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가면서(혹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약속'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스레 다시 정의해보곤 합니다.
요즘은 그 의미가 이전과는 참 많이 달라진듯합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서 헤어질때
"다음에 밥한번 먹자" "언제 술한잔 하자"처럼 으레 하는 인삿말처럼요.
약속을 어긴 사람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고, 상대방도 다 그런거지 하며 체념하거나 넘어가는 분위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은 바보...
요령껏, 상황에 따라, 내 이익에 따라 지키거나 안지키면 처세에 능한 현명한 사람....
과연 여러분은..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선까지 바보이고, 어느 선까지 현명한 사람이십니까?
노대통령님처럼 바보로 산다는 게 참 만만치 않죠...?!
일요일 아침..문득 생각이 나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
좋은 휴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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