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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숙제를 안했어!

by 멀리있는 빛 2013. 4. 5.

윤서가 책읽기 숙제를 안했다


엄마아빠와 동생들 보여준다며 엊저녁 내내 그림을 그리더니
밀려온 잠에 결국 책읽기 숙제를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 아침 윤서는 늦잠을 잤다. 
헐레벌떡 등교 준비를 하고 알림장에 '숙제 확인 사인'을 받아야 할 시간.
엄마는 "숙제를 안했으니 사인은 해줄 수 없다" 
윤서는 "그래두..."를 연신 주고 받았다.

숙제 안하고 학교가는 마음이 어떤지 내가 왜 모르랴... 
혼나고, 창피하고, 요즘은 성적에 반영도 한다는데..

그러나 윤서는 그보다,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게으른 아이로 보일까봐 속상한 모양이었다.

결국 윤서는 사인을 못받고 훌쩍이며 학교로 갔다. 
연차를 낸 덕분에 오늘은 오랜만에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윤서에게 물었다.

"아빠가 대신 사인해줄까?"

여전히 훌쩍훌쩍 울면서도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교실로 가는 윤서의 뒷모습이 자꾸 눈에 걸렸다.

나는 실은 아까 전부터 
내가 대신 사인을 해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책을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선생님이 알리가 없지 않나!
내 마음이 그렇게 살짝 흔들렸단 말이지..ㅎㅎ

정답이 뻔한 문제에도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살다보면 정답이 정답이 아닌 게 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정답을 쓰면 '바보' 취급 받기도 한다.

윤서 덕분에 오답을 쓰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이따 윤서 오면 맛있는 거 사줘야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