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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

by 멀리있는 빛 2023. 7. 13.
토요일 아침은 곤히 자는 유찬이 대신
 
녀석의 실내화와 함께 목욕하는 날.
 
우유 빛깔 빨랫비누 고루 발라
 
힘 줄 필요도 없이
 
그저 살살 쓰다듬어 솔질하고
 
시냇물에 발 담듯 세숫대야에 첨벙첨벙하면
 
땟국물 벗고 새하얘진 유찬이 웃음이 보인다.
 
요즘 실내화는 햇볕에 말릴 필요가 없지만
 
한웅큼이라도 더 뽀송해지라고
 
굳이 빨랫줄에 널어 놓고 출근하는데
 
유찬이 실내화 바람 타고 설렁설렁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도 텅 비어 설렁설렁
 
공포영화 자체이던 지하철도 설렁설렁
 
세상이 온통 설렁설렁 너그러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