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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윤서의 눈물

by 멀리있는 빛 2011. 1. 5.



오후 4시 45분. 윤서, 현서, 영서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막내 봉돌이가 태어나면서 이 세 아가씨들에게 심경변화가 많은 요즘입니다.


어린이집 봉고가 도착하고 영서와 현서가 현관에 입성,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윤서가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 말로는 2층의 할머니(우리 엄니)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이러쿵저러쿵 요란스런 시간이 지나고, 저녁도 먹어야 하고..올 때가 지났는데 

윤서가 소식이 없습니다. 

미술관님..윤서 찾아 2층으로 갑니다.


2층 할머니(우리 엄니) 왈 

“윤서 안 왔는데?”


‘요 녀석!’ 미술관님 앞집의 윤서 동갑네기 민서네 집으로 갑니다.

“오긴 왔었는데, 다음에 오라고 보냈는데요?”


두 집 말고는 갈 데도 없고, 가본적도 별로 없는 녀석이 어디 갔을까요?

놀란 미술관님 왔다리갔다리하다가......별로 친하지 않은 옆집에 방문.

그런데 윤서가 그 집에서 놀고 있었네요.(솔직히 말하면. 우리 부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집이기도 합니다..)


“윤서야, 지난 번에 말 없이 놀러갔을 때 엄마가 뭐라고 했지? 손바닥 아주 세게 맞는다고 했지?”

“네.”

“몇 대 맞을래.”

“1대”

“지난번에 3대였는데? 이번에도 같은 잘못 했으니 더 크게 혼나야지.”

“그럼 5대.”

“응...아주 세게 1대 맞을까, 덜 아프게 5대 맞을까?”

“덜 아프게 5대.”


30cm 자로 손바닥 5대를 맞은 윤서. 맘 약한 미술관님, 약해도 너무 약했습니다. 

윤서 표정이 혼나는 아이, 맞는 아이 표정이 아닙니다.


“윤서야, 안 아파?”

“(약간 생글거리기까지 하며) 안 아파.”

“윤서야, 엄마가 윤서 아프면 속상해서 살살 때렸는데,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는 정말 아주 많이 아프게 때려야 해. 

그러면 엄마는 정말 더 많이 많이 속상할거야.”


엄마 말을 듣던 윤서,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윤서야, 왜 울어?”

“......”

“아파서 울어?”

“아니.”

“엄마 속상할까봐 울어?”

“아니.”

“그럼 왜 울어?”


눈물을 흘리며 어디론가 가는 윤서. 

책장에서 노란 종이와 연필을 꺼내 뭔가를 적더니 

엄마에게 가져와 쑥 내밉니다.




“엄마가 더 하면 더 새개 한다고.

(해석 : 엄마가, 윤서 또 말없이 어디 가고 그러면 더 세게 때린다고 해서.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요즘 우리 세 딸들의 애교 경쟁이 장난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애교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린 것들이 엄마 아빠 생각한다고 투정도 거의 안 부리고 애쓰는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출근 전에, 퇴근하고 나서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 번개에 참석자가 많으면 데려갈까 고민 중인데, 어떡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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