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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1억 명의 목숨을 살린 '앉은뱅이밀'

by 멀리있는 빛 2015. 12. 23.




지난 11월 초순, 추수를 마친 들녘에

봉하마을 최초의 이모작으로 토종밀인 '앉은뱅이'를 파종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지난 지금, 들녘에 잔디를 깔아놓은 듯 푸른빛이 덮이고 있습니다.  오늘 상태를 살펴보니 벌써 새끼를 세 개씩이나 쳤습니다. 



한 켠에서는 식량작물과학원 겨울작물 검사반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밀의 파종율, 발아 수, 분얼 수 등을 살펴보고 있답니다. 



앉은뱅이밀은 1980년대 수입 밀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잠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우리나라 고유의 종자입니다. 색이 붉고 병충해에 강하며, 키가 50~70cm로 아주 작아 '앉은뱅이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분말 입자가 작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단맛과 특유의 향이 있어 앉은뱅이밀 자체의 풍미를 살리는 요리로 내는 것이 좋습니다. 




마침 앉은뱅이밀과 관련해 경남도민일보 기사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밀농사를 통해 봉하마을과도 인연을 맺은 금곡정미소 백관실 대표가 인터뷰를 하셨네요. 



앉은뱅이밀은 1억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1905년 일제하에 일본으로 건너가 '농림 10호'로 육종되었다가 1945년에 앉은뱅이밀의 우수성을 알아본 노먼 블로그 박사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가 '소노라 64호'로 육종된다. 당시 식량 부족으로 세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노먼 박사는 앉은뱅이밀 '소노라 64호'로 밀 수확량을 60%까지 증가시켰고 동남아시아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학자로서 세계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토종밀이 그만큼 뛰어난 유전자를 지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앉은뱅이밀은 현재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개량종인 금강밀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약간 황토색을 띄는 금강밀은 딱딱하고 찰기가 없는 반면 금강밀보다 붉은색을 띄는 앉은뱅이밀은 낱알이 작고 매우 찰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어릴때 밀로 껌을 만들어 씹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두 밀을 입안에 놓고 씹어보면 그 차이를 확연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강밀은 병충해에 약해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지만 앉은뱅이밀은 우리나라 기후풍토와 잘 맞고 병충해에도 매우 강해 흉년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항상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3대째 앉은뱅이밀을 재배하고 있는 금곡정미소 백관실 대표(61·금곡면)는 "토종밀은 찰져서 맷돌에 갈아 바로 밀가루를 만들 수 있지만 금강밀은 딱딱해서 맷돌에 갈아도 밀가루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앉은뱅이밀의 우수성을 잘 모르는지 금강밀만 선호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밀 생산은 금강밀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농진청 또한 금강밀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금곡면 우리밀 작목반 천병한 총무는 "앉은뱅이밀이나 금강밀은 판매가격이 비슷하며 오히려 기후 영향에 민감한 금강밀이 비쌀 때가 많다.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앉은뱅이밀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하고 "최근 작목반 사람들은 앉은뱅이밀 브랜드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이 더 이루어진다면 앉은뱅이밀은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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