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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10월 3째주 봉하마을 소식

by 멀리있는 빛 2016. 10. 16.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1월 첫 주부터 <봉하 국화분재전시>를 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분재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여름내 키운 국화를 다듬고 함평 이순영 소장님의 작품들까지 전시용 분재를 모두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남은 자봉들께서는 분갈이하느라 고생한다며 풍성한 점심도 모자라, 새참으로 갓 잡은 메뚜기와 냉이, 풋고추, 깻잎으로 튀김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맛이 정말 ‘죽입’니다. 이럴 땐 40이고 50이고 훌쩍 넘은 우리들도 그냥 ‘아이’입니다.



분갈이 후에는 끝내 이달까지도 글씨가 나타나지 않은 노짱 캐릭터논을 찾아 마지막이 될지 모를 피사리 작업을 했습니다. 아쉬움이 크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행히 장성에서 뚜렷한 캐릭터를 완성시켰으니 그나마 안심입니다.


해가 지자 방앗간 마당이 소란합니다. 봉하 찍사 문고리님이 무더위와 배추흰나비 애벌레로 몸살을 앓는 김장배추에 건강하게 자라라고 밭아 보약(친환경 생약)을 흠뻑 주고 있었습니다. 겨울철새들도 하나둘 봉하와 화포천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봉순이도 다녀가면 좋으련만...




찢어진 분재실(비닐하우스) 창살 아래 달빛이 처연하게 불을 밝히더니 일요일 아침, 이내 비가 내립니다. 우리들 마음을 할퀴던 험난한 문구의 현수막들은 엊그제 읍사무소에서 모두 철거해가고, 일요일 봉하 들녘은 그저 평온 속에 촉촉한 휴일을 나고 있습니다. 고민거리 많은 농군 정호님은 지금쯤 내년 봉하 10년을 기념한 집필활동에 열심이시겠네요. 저는 다시 서울로 갑니다. 새로운 한 주 잘 보내시고,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