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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 살기

애주가를 위한 노래

by 멀리있는 빛 2019. 6. 22.

얼마전 광주에 사는 옛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17년 전 결혼 전야 때 둘이 마주 앉아 소주 빈 병이 주막 탁자를 가득 채울 때까지 마시고 처음이었다. 군대에서 만나 제대 후에도 간담상조로 지냈던 녀석이다. 그래놓고 17년 만의 재회다. 밀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녀석이 그림 하나를 보여주었다. 언제 적 그렸더라. 그래 25년은 되었을 그림이다.

입대 전 내 자취방 풍경이 겹친다. 그때 내 꿈은 한량으로 사는 것이었다, 이 흉내 저 흉내 참 많이 내고 살았다.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고 심지어 매일 요리도 했다.(지금은 다 하지 않는다)


“이걸 여태 갖고 있었어?” “내가 그림 보는 눈이 없잖아” 서로 웃었다. 둘 다 세월 따라 많이도 변했는데 다행히 술 좋아하는 것은 여태 그대로다.


17년만치곤 우리는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안았다. 엊그제 봤던 것처럼 만났고 “또 보자”고 악수하며 덤덤하게 헤어졌다. 근데, 언제 또 보냐....





애주가를 위한 노래


술꾼에겐
꽃병도 술병으로 보이고
김치 보시기도 술잔으로 보인다
아뜩한 옛사랑의 기억도 약속도
심심찮은 안주거리요
어두운 시대의 울분도 서러움도
썩 좋은 푸념거리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술도 거르고 걸러진 그의 피에서는
아무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뽀오얀 그리움이 촉촉이 젖어 있다
아무도 맡지 못하는
어린이 젖내처럼 싱싱한 생명이 숨어 있다
아무에게서도 들을 수 없는
은하의 별들 속삭이는
맑은 강물 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