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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87

밀짚모자 밀짚모자지난해 가을걷이 중에"옛다!" 하는 봉하 인심이 내게 씌워준 밀짚모자요사이 내 못간 동안누구의 이마와 손을 거쳤는지엊그제는 봉하 생태연못 한 쪽에덩그러니 혼자 가부좌를 틀고 앉았더라는 소식이 왔네내 머리 속엔 금세정겹고 낯익은 용의자들의 얼굴로뱅글뱅글 사발통문이 돌았는데그래 너는 내 없는 뜨거운 오후개똥이의 그늘이었거나소똥이의 손부채였거나말똥이의 큰 눈에성글성글 맺힌 그리움이 되어오월 봉하의 햇살을맨 앞에서 독대하고 있었을 테지그 옛날 어느 매서운 겨울밤새봄 내일을 화톳불 삼아손이 부르트게 새끼를 꼬던가난한 마음이 되어서 말이지밀짚모자는 눈 내리는 겨울에 만드는 거라며지난해 가을걷이 중에"옛다!" 하며 내게 밀짚모자를 씌워준그님들처럼 말이지 2015. 6. 1.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인즉슨 봄 겨우내 서운했지 긴듯 아닌듯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 볕바람 한소끔 졸다 가는 봉화산의 산수유꽃 매화에게 들었네 슬그머니 낮은 흙걸음 걸을 때 키작은 사람에게 유독 친절한 화포천 개불알꽃의 속삭임도 그랬네 양지, 달래, 산자고, 똘갓, 찔레 겹겹이 꽃소식을 잉태한 푸른 잎들이 "야, 이 바보야" 키득거리며 내게 들려준 이야기인즉슨... 2015. 3. 9.
설 봉하 사언절구 민족명절 설연휴도 변함없는 우리님들 고향길은 어찌하고 어느새다 모였구나 싸온음식 하나둘씩 차례상이 되어불고 행님아우 마주하니 봉하설날 오늘일세 동그랗게 맞절하고 대통령께 인사할때 눈물인가 빗물인가 허나마냥 젖진마세 얼척없는 세상이고 갈길이먼 여정이니 또한번의 담금질로 새희망을 열어야지 우중낫질 거침없고 후원자봉 변함없다 수백수천 철새들도 제몫다해 나는구나 노공이산 가신거기 노무현이 가득하니 이공일오 사람세상 어기영차 출발일세 2015. 2. 22.
김남주 詩 '춤' 춤 흑산도라 검은 섬암벽에 부숴지는 하얀파도 없다면남해 바다 너 무엇에 쓰랴 전라도라 남도길 천군만마 휘날리는 말발굽 소리 없다면황산벌 너 무엇에 쓰랴무엇에 쓰랴 천으로 만으로 터진 아우성 소리 없다면이 거리 이 젊음 무엇에 쓰랴 살아라 형제여 한번 살아 봐라한 번 죽어 골백번 영원으로 살아라.창대빛 죽창에 미쳐 광화문 네거리 후두둑 떨어지는 녹두꽃 햇살에 미쳐 사월의 자유에 미쳐 - 김남주 시집 , 고은, 양성우 編, 인동(1987) 다시 듣는 노래 이야기 - 정인화 노래 '춤'은 같은 제목의 김남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 1985년 10월도 다 저물어갈 무렵, 나는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총학생회 일을 마친 후 지리산 자락에 은거하고 있던 나는 목욕을 하러 읍내에 나왔다가 신문을 사 펼쳐 .. 2015. 2. 17.